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개중에는 내 생각은 다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되는 것도 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왜 저럴까 싶은 것도 있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여자들의 모습 중에 요즘 제일 거슬리는 것은 바로 자기 돈이 아닌 다시 말해 자기가 번 돈이 아닌 돈을 자기 돈 쓰듯 쉽게 쓰는 과소비 행위다. 내가 여자들의 모습이라고 하는 이유는 남자들이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예시 1) 여자 A는 사고 싶은 구두나 옷을 보면 꼭 사야 직정이 풀린다. 사고 싶은 것을 사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샀다는 옷이나 구두는 대부분 상당히 고가다. 그녀가 버는 돈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임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쇼핑을 한다. 그녀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남편의 돈이고 그런 점에 대해 그녀는 별 생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고가의 물건을 살 때 마다 그녀는 남편을 설득시키고 일종의 허락을 받는다.
예시 2) 여자 B는 전업 주부로 살고있다. 그녀는 돈관리를 하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자기가 불행하다고 한탄한다. 생활비를 타서 쓰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자기도 돈관리를 하면서 돈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것이다.
예시 3) 여자 C는 결혼할 남자를 찾는 중이다. 그녀는 예쁘고 돈도 적당히 버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의 조건은 명문대 졸업생+대기업 근무원+성격이 좋음+외모 준수+키가 큰 남자이다. 그녀는 결혼을 하면 자기가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고 한다. 그녀는 4년 째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남자를 찾고 있고 아직도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예시 4) 여자 D는 유학생인데 학비+생활비+쇼핑비를 부모님이 보내주신다. 그녀는 명품을 좋아해서 일반 사람들의 월급에 해당하는 가방도 몇 개나 가지고 있고 옷도 거의 명품이 아니면 입지 않는다. 그녀는 파트 타임 일을 하며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는 좋은 부모를 만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쓴 예시 네 가지는 실제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요약한 것이고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매우 거슬리는 가치관이다. 일단 나는 내가 버는 돈 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이 자기가 버는 것에 비해 많이 소비한다는 것은 결국 남에게 기대어 산다는 말이 된다. 그 소비라는 것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행해지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그건 웃긴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갈 때 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평생 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나이 든 부모님께 경제적인 도움을 드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 한국 사람들의 시선에는 개인주의적으로 보이는 사고가 팽배해있는 서양에서는 남의(그게 부모일지라도) 도움을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여기서는 개인 정보는 그의 부모나 부부간에도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개인주의가 나에게는 합당하게 여겨졌고 평등한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남녀 중에 여자가 경제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은 그녀의 능력 부족에 다름 아니라고 믿는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기는 정도의 자존심은 사회인으로써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는 결혼하게 전 부터 돈관리를 내가 했었다. 그렇다고 내 돈도 네 돈, 네 돈도 내 돈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그 때 까지 유학비를 집에서 받아 쓰던 내 은행 통장에 더 큰 돈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관리하는 것이 편했을 뿐이다. 게다가 아껴쓴다는 개념이 거의 무에 가까웠던 남자 친구에게 사실상 돈관리 능력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내게 고정 수입이 생기면서 우리는 각자 버는 돈을 각자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은 이점을 정리해 보면,
1) 서로의 소비 행위에 간섭하지 않는다.
2) 자기가 버는 범위 내에서 소비한다.
3)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 받을 때 상대방이 주는 선물이라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4) 돈관리를 더 철저히 하게 된다.
5) 경제적으로 평등해지면서 서로 힘의 평등도 확고해진다.
6) 기분에 따라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할 수 있다.
7) 서로가 각자의 방법으로 돈관리를 하므로 투자나 재테크에 따르는 위험 부담도 각자의 것이 된다.우리는 공동 소유와 소비품(집, 식료품)에 관해서는 반반씩 나눠 지불하고 각자의 옷, 차, 화장품, 휴대폰 비용, 보험료, 여행비, 등등은 각자 지불한다. <모든 것을 함께> 라는 것에 익숙해있던 나는 처음에 이런 결정을 하기 까지 걱정이 많았다.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부부라면 서로 번 돈이 공동 소유가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당연한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서로의 경제권을 분리한지 한 달 만에 싹 사라져버렸고 우린 서로에게 더 당당한 관계, 1:1의 거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관계로 거듭나게 되었다. 우린 이제 서로에게 깜짝 놀랄 선물을 하고 기분이 내키면 밥도 사며 재테크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는 이상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내 돈을 내가 쓰는 떳떳함. 서로를 달달 볶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나 혼자서도, 아무의 도움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