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2일
The Chefs' House
오늘은 드디어 회사에서 한 달 전에 예약해 놓았던 <The Chefs' House>라는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토론토 사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George Brown College의 컬리너리 아트 프로그램이 몇 년씩 계획해서 학생들이 요리를 배우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을215 King Street 에 연 것이 두 달 남짓 됩니다. 열자 마자 인기 폭발인 바람에 오늘에서야 구경을 하게 됐죠. 참고로
점심 시간 자리는 12월 말까지 예약 완료랍니다. 모던한 오픈 키친을 컨셉으로 벽돌 빌딩의 연륜과 어우러지게 디자인을 했더군요. 그대로 노출한 벽돌벽과 2층 높이의 나무 천장이 인상적인 레스토랑이에요. 저희는 아무래도 전부 디자이너들이라 들어가자 마자 곳곳의 디테일과 재료를 살피며 토론을 시작했죠. 이런 것도 재밌더군요. 친구랑 가서 디자인에 대해 조목조목 얘기하면 어색한데 디자이너들과 오니 자연히 얘기의 주제가 그리로 가더라구요.
서버와 요리사 모두 이 학교의 학생들이고 쉐프 두 분이 계셨습니다. 벽면에 걸린 티비 화면에는 곳곳의 요리하는 모습이 중계(?) 되고 있었던게 특이하면서 좋은 아이디어 였어요.
아마 제가 본 레스토랑 중 서버가 제일 많은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의 테이블 마다 한 명씩 서빙을 하더군요. 런치 메뉴는 2코스,3코스,4코스로 분류되어서 에피타이져(starter), 메인 접시, 디저트 중에 고르도록 해놨구요. 가격은 2코스가 18불, 3코스가 21불, 4코스가 25불로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요리사(학생)들이 주방에 가득하다 보니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이 장점이었어요. 저는 시트러스 소스에 양념한 연어, 배 부위의 돼지고기를 뿌리 채소와 함께 요리한 것, 크레이프 이렇게 3코스를 했다가 나중에 너무 배가 불러서 디저트는 취소하고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사실 점심으로 돼지고기를 먹고 싶진 않았는데 한국 사람들이 구워서 먹는 삼겹살을 어떤식으로 얼마나 잘 (냄새 없이) 요리할지 궁금해서 시켜봤죠.
전체 요리였던 연어는 정말 탁월한 맛이었습니다. 얇게 썰어 양념한 생연어의 신선도가 특히 맘에 들었고 입에서 씹히는 맛이 탱탱해서 정말 오랫만에 해산물이 별로인 이곳에서 신선한 연어의 맛을 봤네요. 다른 사람들은 각각 soup과 허브로 요리한 아기 문어를 시켰는데 다들 양이 불만이었고 맛은 최고라는 평을 하더군요. 요리가 나오는 접시들의 디자인도 너무 예쁘고 접시가 모두 따뜻한 온도로 나와서 음식이 식지 않는 장점이 있었구요.
한 사람 당 2개의 빵이 서빙되었고 오늘의 소스는 염소 치즈에 sun dried tomato를 믹스한 것으로 역시 신선도가 좋았어요. 저는 빵 두개와 연어를 먹으니까 벌써 배가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그 때 쯤에 나온 메인 요리.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저 지금 아파서 저녁도 못먹었네요.
저는 요리할 때 군내를 없애고 고기의 지방을 최대한 빼서 요리하거든요. 특히나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기름을 빼는 것이 관건이죠. 삼겹살 구울 때도 지방은 다 잘라내고 굽는데.
3센치 정도의 두께에 양 변이 12센치 적도 되는 사각형 삼겹살이 껍질채 요리되어 나왔는데 말랑하고 쫄깃한 껍질은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껍질을 들춰보니 나타난 엄청난 양의 기름! 그 기름에 범벅이 된 고구마, 감자, 버터넛 스쿠아쉬(호박)은 반쯤 먹고 나니 못먹겠더군요. 게다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그대로였어요. 고기를 거의 엿 수준으로 풀어지게 요리해서 이가 없는 사람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저한테는 역함이 배가되었을 뿐이었죠.
전체적인 요리는 제 입맛에는 조금 짜고 기름기가 많았어요. 제가 워낙 싱겁게 먹는 편이고 담백한 요리를 좋아해서 그렇겠지만요.
근데 접시를 반쯤 비웠을 때 올리버라는 이름의 쉐프님께서 테이블로 오셔서 맛이 어떤지 물어보시는 바람에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맛없다고 도저히 못먹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접시를 다 비운거에요, 제가. 으휴......
사실 저번에 제게 뽀뽀를 해댄다는 할아버지 <스탠>이 푸드 스페셜리스트라(주방에 관련된 모든 기기의 전문가) 메니저에게 얘길 해서 쉐프한테 레스토랑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거든요. 특별 손님 취급을 받고 있으면서 맛없다고 남기는게 왠지 상황에 안맞는 것 같아서 그만......
다 비우고 나서야 제대로 실수했다는 느낌이 팍팍 오더군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다신 없겠기에 올리버 쉐프가 이끄는 대로 주방 이곳 저곳, 아래층의 프라이빗 룸과 프랩 룸까지 보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 부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지금 음식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아요.
다른 디자이너들은 이 레스토랑이 너무 맘에 들었던 모양인지 스탠의 제안으로 4번째 주 금요일 마다 여기 와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길 한 달에 한 번씩 가게 생겼어요.
다시는 돼지고기 안먹으렵니다.
메뉴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학생들이 요리를 골고루 배워야하므로;;) 매 번 새로운 음식을 맛 볼 수 있겠어요. 다음엔 카메라 가져가서 인테리어도 찍어오고 싶네요.
어쨌든 스탠 덕분에 레스토랑 투어도 하고 특별 손님이 돼서 좋네요. 안면이 생기면 음식에 대해 편안히 불평도 할 수 있겠죠. ^^
# by | 2008/11/22 11:15 | 02의 Recipes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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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요리하는 곳이라 그런지 굉장히 저렴하네요. 가격대 성능비 좋을 것 같아서 기대되요.
다음에 토론토 나가면 예약해서 가봐야 겠어요. 좋은 곳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속 괜찮아지셨어요??
생각만 해도 느글느글 해져요.. ^^;;;
승희님, 주말 내내 제대로 못먹고 아직도 속이 정상이 아니에요. 돈은 돈대로 쓰고 이게 뭔지;;;
xmaskid님, 기름기가 어느 정도 있는 게 손님들 한테는 인기가 있겠지만 이 메뉴는 진짜 아니었어요. 전 일년치 기름을 한 끼에 통째로 들이부은 기분이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