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1일
개와 고양이
사람들은 곧잘 개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 식의 질문을 한다.
캐나다에 와서도 "Are you a dog person or a cat person?" 식의 질문을 들었다.
고양이의 펫으로써의 역사가 더 짧고 야생성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개 같은 고양이도 있고 고양이 같은 개도 있다. 서로 (본능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고 있지만 함께 잘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여기는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사람들이 많기도 한데 나도 이제 그들중 하나가 된지 세 달째...
이제 메이플의 성격 파악은 거의 됐고 그러다 보니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이 분명 있긴 있다.
1.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은근한 행동을 한다.
- 강아지가 좋으면 날뛰고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고 짖는 너무나 뻔한 행동들을 한다면 고양이는 훨씬 얌전하게 암시적인 행동을 한다. 그나마 우리집 고양이는 워낙 여러가지 소리를 잘내는 시끄러운 녀석이라서 의사 표현을 소리로도 많이 하는 게 우리에게는 금방 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 방법인 셈.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나는 고양이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바깥 세상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메이플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웠다가 차가 울릴만큼 큰 소리에 완전 기겁했다.
2. 고양이는 앉아! 엎드려! 식의 훈련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언젠가 남자 친구가 앉아! 해서 앉는 고양이는 세상에 없다고 말하며 메이플이 내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무척 화가 나있던 나를 위로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그 때 처음 정말 그런 고양이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는 내가 처음으로 해보겠다는 의욕도 있었지만 왠지 고양이를 알아갈 수록 나는 그런 훈련은 고양이에게 전혀 흥미가 없다는 걸, 고양이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에는 전혀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3. 고양이는 자기가 흥미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움직이는 것을 잡는다던가, 가벼운 공으로 축구를 한다던가, 번개처럼 뛰어다니면서 나를 놀래킨다거나, 이불 위에서 참을성있게 기다리며 나나 남자 친구가 이불안에 손을 넣어 요리조리 움직여주길 기다린다거나, 신문지 공격을 한다거나, 파일럿이 쫓아오게 만들려고 일부러 갑자기 뛰어간다던가, 창문틀에 앉아 밖을 흥미롭게 관찰한다던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건 밥. 밥을 먹을 때 만큼은 지구가 반쪽이 나도 밥에 집중한다. 이 이외에는 모두 나몰라라일 뿐.
4. 고양이는 털을 빗어주는 것을 매우매우 즐긴다.
-일단 내가 고무 빗을 집어들고 앉기만 하면 바로 내 앞으로 직진. 누워서 빗질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빗질을 받는 동안 저러다 입에서 뭔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게 큰 소리로 끊임없이 가릉가릉 소리를 내는데 너무 기분이 좋으면 내 손을 두 팔로 안고 매달리고 핥고 난리가 난다.
5. 고양이는 나보다 진공 청소기를 더 무서워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리는 진공 청소기 소리가 좀 요란한편이긴 한데 메이플은 창고에서 청소기를 꺼내는 즉시 사라져버린다. 하루는 어디있는지 궁금해서 봤더니 내가 부엌쪽을 할 때는 창틀에 (가장 먼)있다가 창가로 움직이면 변기 뒤에 바짝 엎드려서 청소기가 완전히 창고로 사라질 때 까지 나오지 않는다.
6. 고양이는 밥을 달라는 의사 표시를 확실하게 한다.
-매일 아침 6시, 정확히 이 시간에 메이플은 침대방으로 들어와서 내 화장대 의자에 앉아 앞발로 화장대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을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우리 중 아무도 일어나지 않으면 화장대 위에 아예 올라가서 걸어다니면서 떨어뜨릴 수 있는 모든 걸 떨어뜨린다. 만약에 방문이 닫혀있으면 창문으로 들어오고 내가 모든 입구를 막자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냐옹거렸다.
-화장실이 더러워졌다는 걸 알리는 의사 표시는 이불에 오줌싸기. 이것 만큼 확실한 의사 표시는 없을 듯.
7. 고양이는 라자냐에 열광한다
- 미국의 유명한 만화 고양이 캐릭터인 가필드가 라자냐를 좋아하는 것을 나는 한 번도 진짜 고양이와 연관지어 보질 않았는데 메이플을 데려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녁으로 만든 라자냐를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놓는 순간 사람이 먹는 어떤 것에도 일말의 관심을 보이지 않던 메이플은 테이블에 뛰어올라와서 뜨거운 라자냐에 바로 입을 대고 먹기 시작했다. 기겁해서 NO~를 연발하면서 정말 크게 소리를 질렀는데 눈하나 깜짝 안하고 라자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갔다. 결국 우린 거의 서서 접시를 들고 먹어야했다.
아무래도 4,5,6번은 고양이 전체라기 보다는 메이플의 특성에 더 가깝겠지만 키우다보니 고양이만의 매력이라는게 어떤건지 알겠다.


메이플은 어디라도 조그만 구석이 생기면 들어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한참 만에 이 사진을 본 남자 친구는 "우리가 왜 책장 사진을 찍었지?" 해서 내가 "찍은 건 메이플이야." 라고 말해주어서 알았다.


# by | 2009/11/01 16:07 | 02의 Pets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메이플은 목욕시키고서 타월 드라이만 해줬는데 몸에 물기가 다 마를 때 까지 혀로 열심히 닦아내는 걸 보고 한참 웃었어요. 별별 포즈가 다 나오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