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은 젠장


몇 번씩 전화해서 뭘 했고, 뭘 샀고, 무슨 일이 있었고, 나를 사랑하고 어쩌고 하는 남자 친구 때문에 짜증남과 동시에 기분 나쁘지 않은 그렇고 그런 기분으로 퇴근하던 중 갑자기 캐네디언 타이어에 가서 뒷 바퀴 두 개를 갈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났다.

" 나 집 앞 주유소에서 기름넣고 바로 캐네디언 타이어에 가야겠어."

" 같이 가자. 집 앞에 서있을게 데리러 와."

기름을 거의 다 넣었을 즈음 저멀리서 뛰어오는 남자 친구가 보였다. 기막히게 행복한 건 아닌데 그냥 흐뭇했다.
바보같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남자 친구. 슬며시 피어나는 미소에 약간의 노력을 보태어 큰 미소를 쐈다.

겨울 대비 (눈길 운전 대비) 타이어는 내일 퇴근길에 갈기로 했다. 삼백 팔십 몇 불. 내일 낼 돈. 그래도 타이어 로테이션은 공짜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둘이서 이런저런 얘길 하며 집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이 냄새는......"누가 오줌 쌌어!!~"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다 눈에 띈 침대 위 이불 가운데 오줌 자국. 이거 메이플 짓이다.

갑자기 속이 확 뒤집어졌다.

양모 이불과 알파카 이불이 두 벌이 다 젖었고 나는 저녁 7시 반에, 퇴근 하자 마자, 주린 배를 움켜잡고 이불 빨래를 했다.
내가 씩씩거리며 빨래를 하는 동안 남자 친구는 고양이 화장실을 갈고 진공 청소기를 돌렸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며 핏자를 시켜먹을까? 맥주 마실래? 등의 말을 했다.

결국 저녁 밥도 넣지 않고 맥주 부터 넣은 나는 갑자기 한국말로 누군가와 떠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고 엄마 셀폰, 아빠 셀폰, 집 전화를 총 9번의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기분은 더 멜랑콜리해졌다.

결국 우리는 저녁 8시 49분에 양파와 간 소고기, 썬 드라이드 토메이토, 파마산 치즈, 페스토 소스만 들어간 볶음밥에 인스턴트 미소국을 먹고 있었다.

물에 젖은 이불을 짜내느라고 팔이 아프고 덮을 이불이 없어서 침대 커버를 덮어야 하는 이 상황.
나는 오늘이 어런식으로 끝날 줄 조금도 몰랐다.

오늘 반드시 끝내리라 마음먹었던 지시장 쇼핑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자버려야겠다.




by canada02 | 2009/10/08 11:22 | 02의 하루 | 트랙백 | 덧글(4)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

풍요로운 추석 보내고들 계시겠죠?
그동안 저는 무지 바쁘게 지냈습니다. 좋은 일이 많아서 (그 중 올라간 연봉이 최고!) 바빠도 행복하게 들뜬 기분으로 사느라 사실 추석이라는 건 집에서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어요. 캐나다에 온 후로는 늘 명절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올해는 유달리 약밥과 송편이 먹고싶네요. 하지만 현실은 집에는 찹쌀이 없고 한국 슈퍼는 45km 멀리 있다는... 돌아오는 주중엔 다늦은 추석장을 보러 꼭 가자고 남자 친구랑 약속했습니다.
이럴 땐 남자 친구가 추석이 뭔지, 송편이 뭔지 모른다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흐흐흐

시시콜콜 쓰고 싶은 얘기가 많았습니다만 이번 주는 베베꼬인 날씨탓에 출퇴근 길도 엉망이었고 무엇보다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서 정신없이 읽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다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일요일 저녁이네요.

앞의 글에도 썼듯이 전 제가 아닌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시키고 내 감정과 그 캐릭터의 감정을 섞거나 분리시켜 따로 생각해 보거나 느끼는 걸 좋아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사건을 전개시켜 나가는 구도나 주제에 대한 성찰과는 별도로 내가 책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 완전히 들어가는 게 좋아요. 책에서 묘사된 배경이나 인물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저만의 세상을 지어내는 것도 책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죠.

어쨌든 모르는 작가의, 베스트셀러도 아닌, 그래서 기대도 없이 읽은 책이 너무 완벽히 제 취향에 맞아떨어져서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어서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강아지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요? 강아지는 우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낄까요? 아마도 강아지를 키우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졌을거에요.
죽음과 다시 태어남의 비밀, 우리 인생의 의미, 밖에서 본 인간, 성공의 열쇠, 레이서의 삶, 사랑과 애환, 선과 악 사이의 치열함 이 모든 것이 과장도 없이 간결하면서도 물기가 있는 문장들로 강아지의 시점에서 서술된, 특별하게 잘써진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슴속에 콕콕 박히는 깔끔한 문장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비록 나는 책을 읽으면서 베게가 다 젖도록 울었지만 그게 눈물 유도식 문장 때문이 아니라는 것에 감탄 포인트가 있구요. 인생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얻은 작가의 생각들을 강아지의 눈으로 한 번 걸러 풀어냈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편안하게 다가오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풍요로운 가을, 마음에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추천 드리는 책입니다.



by canada02 | 2009/10/05 08:34 | 02의 영화/ 책/ 음악 | 트랙백 | 덧글(2)

만화책이 좋아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전 세상 여러가지 정보들에 둔한 편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만화를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링크는 전에도 몇 번이나 봤지만 그게 무료 서비스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외국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결제가 복잡해서 아예 시도도 안한지가 몇 년째 됩니다.

아뭏든 제가 순정 만화를 맨 처음 접한 중학교 1학년, 친구가 소중히 간직했던 이은혜씨의 점프트리 A+ 라던가 댄싱 러버, 블루, 이미라씨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나예리씨, 강경옥씨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순정 만화여 영원하라>는 바람직한 모토아래 계속 올라온대요. 이렇게 신날 수가 있나요?

근데 어쩜 저는 중학교 때 봤던 만화책을 십 몇년이 지난 지금 봐도 똑같은 감성으로 울고있는지... 이래서 나이들면 주책이라는 소릴 듣나 봅니다. 항상 만화책을 보면 그 속의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서 제 현실은 완전히 잊고 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아마 그래서 만화책이 이렇게 좋은가 봅니다.

하지만 주중에 만화책을 보는 건 삼가해야겠어요.
저번주 수요일인가 자기 전에 <인어공주를 위하여>를 읽기 시작했다가 아침까지 한 잠도 못자고 출근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제 상태를 파악한 남자 친구는 그저 고개를 흔들며 불쌍해 하더군요. 잠만 못잔게 아니라 울다가 눈이 퉁퉁 부었거든요.

근데 저는 만화를 보면서 혹은 책을 읽으면서 우는 게 너무 행복해요. 현실에서는 울 일이 별로 없고 엄청난 드라마가 펼쳐지지도 않잖아요. 내 감정을 다른 캐릭터에 이입시켜 그가 느낀 대로 느끼고 행복해하고 슬퍼하는 그런 감정의 파도를 몇 시간 만에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만화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은 02의 짤막한 만화책 찬양론이었습니다.
전 다시 만화의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by canada02 | 2009/09/27 05:30 | 트랙백 | 덧글(2)

값진 하루




오늘, 당신이 어제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면 당신의 하루는 값지다.

오늘, 당신이 어제 몰랐던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면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값지다.

오늘, 당신이 어제 몰랐던 어딘가에 가보았다면 당신의 하루는 값지다.

오늘, 당신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았다면 당신의 하루는 어제보다 값지다.


by canada02 | 2009/09/22 15:32 | 02의 생각 | 트랙백 | 덧글(2)

VS 20%에 무너지다


빅토리아의 비밀을 안들여다본지가 세 달이 넘어가는 오늘 괜히 즐겨찾기에서 눈에 띄길래 가봤더니 클리어런스 세일 아이템에 20%를 더 빼준다지 뭐에요. -^- 괜찮은 거 없으면 안산다고 굳게 마음먹고 딱 클리어런스 품목만 훑어봤는데.......
어느새 제 손엔 카드가 들려있고 화면엔 이런 창이 떠있더군요.
하지만! 저 아름다운 가격을 보셔야 합니다.
16불에 산 딱 가을용 치맙니다. 앞에 리본은 허리 뒤쪽에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런 가격에 불평할 수 없습니다.
무려 실크 혼방 면 소재로 만든 특이한 프린트의 치마는 14불. 저런 치마 정말 편하고 우아해보여서 좋아요.

완전 가을 느낌 제대로인 치마는 11불.

역시 11불인 치마는 베이지색으로 골랐어요. 편한 정장으로 자주 입을 것 같아요.
텍스춰가 굵직한 스웨터는 제발 화면 그대로의 색이길 바랍니다. 14불에 울 혼방 스웨터, 괜찮지 않나요?
치마나 정장 바지에 아랫단을 넣어입기 좋을 상의는 8불. 다른 색으로 하나 더 사고 싶었는데 제가 원하는 색은 품절이라 그냥 이걸로 만족하려구요. 저런 팔길이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 팔을 가늘고 길게 보이게 해주는 바람직한 길이네요.

이놈들은 너무 헐값이라 그냥 샀습니다. 왼쪽은 리퀴트 아이라이너고 오른쪽은 겨울에 뿌리면 딱 좋을 달고 페퍼리한 향수네요. 두 개 합쳐서 6불.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새 옷입고 회사가는 맛이 그만이거든요.


by canada02 | 2009/09/17 14:57 | 02의 쇼핑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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