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8일
오늘 반은 젠장
몇 번씩 전화해서 뭘 했고, 뭘 샀고, 무슨 일이 있었고, 나를 사랑하고 어쩌고 하는 남자 친구 때문에 짜증남과 동시에 기분 나쁘지 않은 그렇고 그런 기분으로 퇴근하던 중 갑자기 캐네디언 타이어에 가서 뒷 바퀴 두 개를 갈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났다.
" 나 집 앞 주유소에서 기름넣고 바로 캐네디언 타이어에 가야겠어."
" 같이 가자. 집 앞에 서있을게 데리러 와."
기름을 거의 다 넣었을 즈음 저멀리서 뛰어오는 남자 친구가 보였다. 기막히게 행복한 건 아닌데 그냥 흐뭇했다.
바보같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남자 친구. 슬며시 피어나는 미소에 약간의 노력을 보태어 큰 미소를 쐈다.
겨울 대비 (눈길 운전 대비) 타이어는 내일 퇴근길에 갈기로 했다. 삼백 팔십 몇 불. 내일 낼 돈. 그래도 타이어 로테이션은 공짜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둘이서 이런저런 얘길 하며 집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이 냄새는......"누가 오줌 쌌어!!~"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다 눈에 띈 침대 위 이불 가운데 오줌 자국. 이거 메이플 짓이다.
갑자기 속이 확 뒤집어졌다.
양모 이불과 알파카 이불이 두 벌이 다 젖었고 나는 저녁 7시 반에, 퇴근 하자 마자, 주린 배를 움켜잡고 이불 빨래를 했다.
내가 씩씩거리며 빨래를 하는 동안 남자 친구는 고양이 화장실을 갈고 진공 청소기를 돌렸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며 핏자를 시켜먹을까? 맥주 마실래? 등의 말을 했다.
결국 저녁 밥도 넣지 않고 맥주 부터 넣은 나는 갑자기 한국말로 누군가와 떠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고 엄마 셀폰, 아빠 셀폰, 집 전화를 총 9번의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기분은 더 멜랑콜리해졌다.
결국 우리는 저녁 8시 49분에 양파와 간 소고기, 썬 드라이드 토메이토, 파마산 치즈, 페스토 소스만 들어간 볶음밥에 인스턴트 미소국을 먹고 있었다.
물에 젖은 이불을 짜내느라고 팔이 아프고 덮을 이불이 없어서 침대 커버를 덮어야 하는 이 상황.
나는 오늘이 어런식으로 끝날 줄 조금도 몰랐다.
오늘 반드시 끝내리라 마음먹었던 지시장 쇼핑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자버려야겠다.
# by | 2009/10/08 11:22 | 02의 하루 | 트랙백 | 덧글(4)













